이런 저런


  Kwon
 2011년 2월 4일 금요일-내가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


내가 자주 가는 집 근처 단골 약국이 있다.
약국에 ‘단골’이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약국에 자주 간다는 소리여서 나의 ‘골골함’을 대놓고 드러내는 거 같아 좀 뭐하지만, ‘단골’이 맞다.
이 약국은 약사인 부부 두 분이 운영하고 계신데, 우리 아버지 연배에, 개신교 신자인데도 한겨례신문의 열렬한 독자시고 대단히 ‘열린’ 사고를 가지고 계셔서 언제나 나의 경직된 선입관을 박살내 주시곤 한다.

우연한 기회에 내가 만화가이며, 가카를 몹시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된 두 분은, 나 못지않게 가카를 싫어하셔서인지 내가 약국에 갈 때마다 늘 시원하게 가카 욕을 해주시고는 하는데 평소 책도 많이 읽으시는 두 분이 절제된 언어로 가카 흉을 제대로 뽑아주실 때면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.

설날인 2월 3일,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외출하다가 약국에 들렀다. 약국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약을 사고 있었는데, 제산제를 비롯해 약 몇 개를 구입한 학생은 이내 약국 밖으로 나갔다. 그리고 내 시선을 끈 사건은 바로 그 때 일어났다.

가죽 잠바를 입은 덩치 큰 아저씨가 약국으로 들어왔다. 그 아저씨는 먼저 와서 약을 구입한 여학생의 아버지였는데, 여학생이 구입한 약을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약을 잘 못 샀다고 바꿔달라고 말했다.

상황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. 하지만 약을 그렇게 내려놓아야 했을까? 그리고 그 아저씨의 말투는 톤이 높고 공격적이어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찡그려졌다.

“(약사 선생님에게)아저씨, 이거 말고 다른 거 있잖아요, 다른 거, 그거 가루로 된 거 말이야, 그것 좀 줘 봐요.”

약사 선생님들의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. 그 분들이 알아서 약을 준 것도 아니고 아저씨의 딸이 말한 대로 약을 꺼내 준 것 뿐인데, 그런 말투와 행동을 보여야 했을까? 잠깐 관찰해 보자니, 평소에도 그런 말투와 행동으로 타인을 대할 사람임이 느껴졌다.

“선생님,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.”

난 약국을 나서며 두 분께 인사를 건넸다. 두 분은 예의 그 친절한 웃음과 함께 친구들 만나냐며, 술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말씀 하셨다. 그 때 그 예의 없는 아저씨의 표정이 살짝 바뀌는 걸 볼 수 있었다. 그리고 그의 입에서도 조심스럽게 ‘선생님~’이라는 호칭이 흘러나왔다.

내가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가 나에게 하는 행동도 확연히 달라진다. 이 법칙은 어디에나 적용된다. 친구들과의 작은 말다툼이 있을 때도 감정을 실어 “야 이 새끼야~”로 말하는 거 보다 “누구누구야~” 하며 일단 친구의 이름을 친밀한 억양으로 부른 뒤, 말을 시작하면 그 자리의 논쟁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걸 알 수 있다.

누구나 다 알고 있는 법칙 ‘내가 상대를 대하는 것에 따라 그가 나에게 하는 행동도 달라진다.’
논쟁과 부딪침이 생기는 자리일수록 잊지 말아야 할 거 같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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